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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Op.49 — 아직 끝나지 않은 연주

by 어쩌다가 정윤 2025. 4. 16.

 

[오늘의 책 – 『Op.23』 그리고 나의 숫자]

 

 
Op.23
바꾸는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첫 번째 클래식 에세이가 나왔다. 이 책은 쇼팽,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포고렐리치, 코르토 등 세계적인 작곡가와 연주자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 전하는 위로와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책의 제목 ‘Op.23’은 단순히 작곡가들의 작품번호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인생에서 한 작품이 되어가는 어느 시점을 의미한다. 쇼팽의 Op.23은 발라드 1번, 차이콥스키의 Op.23은 피아노 협주곡 1번, 슈만의 Op.23은 밤의 노래, 라흐마니노프의
저자
조가람
출판
믹스커피
출판일
2025.04.01

 

🎼 나의 Op.49 — 아직 끝나지 않은 연주

예전엔 마흔이 되면 모든것이 괜찮을 줄 알았다.
‘불혹’이라는 단어가 마치 마법처럼, 나이만 먹으면 마음의 중심이 잡힐 것 같았다.
하지만 마흔보다 쉰에 가까운 나이가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하루 속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외로움이 가득한 밤공기에,
괜찮은 척 웃는 내 얼굴 안에서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아이 앞에선 어른인 척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품에 안겨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사람이다.

사랑받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법을 잃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남는 건
텅 빈 방 안의 공기 같은 고요하고 진한 공허함.

 

 

오늘 읽은 책, 『Op.23』

오늘 만난 책은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에세이 『Op.23』이었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이 책은 음악 이야기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작가는 자신의 나이를 숫자 "23"에 빗댄다.
23은 자신과 1로만 나누어지는 소수.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기대어 서 있는 숫자.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의 숫자는, 아마도 49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몇 즈음에 서 있는 걸까.
어쩌면, 49일지도 모르겠다.

49는 7과 7이 만나는 숫자.
어딘가 새로운 연결점 같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두 세계가 포개진 느낌도 든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가 나의 편이 되기로 했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신
내가 나를 안아주는 법을 배우고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Op.49

조가람 작가는 말한다.
음악은 삶이 되고, 삶은 다시 음악이 된다고.
디누 리파티가 마지막 무대에서 건넨 왈츠처럼,
음악은 때로 기도가 되고, 마지막 인사가 된다.

나는 지금 나의 Op.49를 쓰고 있다.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 악보는 여전히 수정 중이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구의 박수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안의 조용한 멜로디를 따라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내게 말해주길 바란다.

“엄마,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마흔아홉을
누군가는 인생의 중반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나의 첫 음악을 시작하는 것 같다.
어설프고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자신만의 숫자와 음악이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