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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 – 『상실 수업』을 읽고

by 어쩌다가 정윤 2025. 5. 9.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상실 수업』이라는 책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잃음’에 대해 사색합니다. 이별, 죽음, 지나간 시간까지. 그 모든 상실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적 상실과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상실수업
떠나고, 당신이 ‘남겨졌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었는가? 당신이 왜 굳이 남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가? 신과 우주만이 그 정답을 얘기해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다. 당신들은 모두 ‘살기 위해’ 남겨졌다는 사실이다. 『상실 수업』은 수십 년간 호스피스 운동 및 죽음을 연구해 온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단계를 거쳐 정신적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죽음과 남겨짐에 대한 실천적 도움을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출판
인빅투스
출판일
2014.05.10

 

상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상실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혹은 오랜 시간 공들였던 꿈의 좌절까지.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잃음'을 겪습니다. 『상실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상실은 삶의 일부이고, 누구나 언젠가는 그것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말처럼 상실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의 삶에 등장하는 공통의 감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상실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주 묻지 않습니다. 고통을 외면하거나, 금세 잊으려 애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감정을 억누르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실을 인정하고, 그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눈물이 흐르면 흘리는 대로 두고, 가슴이 아프면 그 아픔을 조용히 안아줄 줄 아는 것이야말로 인간적인 회복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삶은 계속되지만, 상실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가며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그 상실을 기억 속에 조용히, 깊이 묻으며 살아갑니다.

이별 후 그리움에 눈물 흘리는 여자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

이별의 아픔은 단지 '그 사람을 잊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문득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어떤 풍경에 떠오르는 기억들. 그 모든 것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입니다. 『상실 수업』은 그리움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기술'로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는 상실 이후에도 삶을 이어가야 하기에, 그 감정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움이 너무 오래 머문다고 해서, 우리가 미련하거나 약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리움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변화합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돌처럼 가슴을 누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그 자리는 따뜻한 기억으로 채워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잊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변화

한 심리학자는 “사람을 잊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8개월이 걸리며, 완전히 잊는 데는 7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교체되는 주기도 약 7년이라고 합니다. 육체가 서서히 바뀌듯,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다른 형태로 바뀌어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단지 더 이상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될 뿐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잊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삶에 더 깊이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순간, 상실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닌 성장의 흔적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어느 순간 그리움이 조금은 옅어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삶이 계속된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가 됩니다.

『상실 수업』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잃음’에 대해 따뜻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접근합니다. 그리움과 아픔은 결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당신도 지금,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천천히, 당신의 속도로 살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