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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관계, 거리두기, 이해) - 독서기록

by 어쩌다가 정윤 2025. 5. 16.

우리는 사랑을 ‘가까움’으로만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주 보고, 자주 연락하고, 자주 확인해야만 사랑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김재식 작가님의 에세이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사랑은 때때로 물러설 줄 아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요. 이번 글에서는 관계에서의 거리감, 내면의 호흡, 그리고 여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기주 작가의 첫 번째 앤솔로지『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총 132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눈과 귀로 채집한 글감을 가슴으로 들여다보며 써내려가는 이기주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섬세한 문장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과 인생을 소재로 한 글과 문장들이 빛을 발한다.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으로 확대되는 범우주적인 사랑에 대한 단상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 있는 문장들은 보는 이의 고개를
저자
이기주
출판
황소북스
출판일
2020.03.18

 

가까움보다 중요한 ‘여백의 거리’

우리는 사랑할수록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물리적인 거리나 시간의 양으로 사랑을 측정하려 하죠.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반드시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유, 그 사람만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마음이 진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김재식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매 순간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시간이 있어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와 누군가가 함께 있기 위해서는, 서로의 시간과 고요도 함께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사랑이 뜨겁고 강렬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랑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라나는 법도 있습니다.

함께 있어도 편안한 사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해. 그것이야말로 오랜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아닐까요?

내 시간을 돌볼 수 있는 용기

관계 속에서 ‘나’를 놓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간을 쏟아붓게 되면, 우리는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어버리곤 하죠. 하지만 진짜 건강한 관계는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외로움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은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나를 다시 채우는 귀한 기회일 수 있죠. 사랑을 한다고 해서 나를 잃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감정, 내 고요, 내 휴식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니까요.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관계는 그런 순간을 허락합니다. “왜 그래?”보다는 “괜찮아, 네 시간이 필요하구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겠죠.

 

여백의 느낌을 주는 가로등

여백을 견디는 사이가 진짜다

가까움만이 사랑은 아닙니다. 때로는 멀리서도 이어지는 마음이 더 단단하죠. 우리는 여백이 있다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혹시 이 공간만큼 마음이 식는 건 아닐까, 혹시 이 시간 동안 멀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죠. 하지만 진짜 사랑은 그 여백을 기다릴 수 있는 용기와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가 가까울수록 오히려 숨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상대가 조금 멀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나보다도, 네 자신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배려가 사랑을 더 깊게 만듭니다.

여백은 관계의 틈이 아니라, 숨 쉬는 공간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작은 고요가 흐를 수 있어야,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있죠. 진짜 사랑은 채워야 할 의무가 아닌, 함께 비워가는 여유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때론 머무르고, 때론 물러서는 선택 속에서 그 진심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의 고요한 시간도 함께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붙잡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허락하는 용기. 그것이 진짜 사랑 아닐까요? 오늘은 그 사람에게 말해보세요. “너 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난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