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죠. 김이나 작가의 산문집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책을 통해 느낀 위로와, 일상 속 말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저자
- 김이나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0.05.27
말이 다리가 되어줄 때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은 단순한 문장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말이란 얼마나 평범한가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사용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말을 전하기란 어렵습니다. 저자는 말이 누군가에게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지금은 당신에게 그런 말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이 짧은 한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지죠. 평범해 보이는 문장들 속엔 치유의 온도가 담겨 있습니다. 독자로서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친구의 무심한 말 한 줄이 내 하루를 바꾼 적이 있었고, 스스로에게 건넨 다짐이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평범한 말들이 주는 힘에 대해 진심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된 후, 침묵의 무게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침묵의 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 나는 더 자주 말없이 지내곤 합니다.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줄 누군가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고독으로 다가옵니다. 김이나 작가는 말이 때로는 애정의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걱정하기에 말을 건네고, 사랑하기에 조심스럽게 묻는다고 하죠. 그 문장을 읽고 나는 그동안 침묵을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를 안고 버스를 타던 날, 회사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돌아오는 밤길, 그 모든 순간은 말보다 깊은 마음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사실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 마음이 많습니다. 침묵은 때로 사랑의 표현이지만, 말보다 덜 전달되는 감정이기도 하죠. 『보통의 언어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위로의 말은 어떻게 전해지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 어떤 말이 필요한지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위로의 말은 정답이 없고, 잘못 건넸을 때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하죠. 김이나 작가는 말의 방향성과 온도에 대해 말합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말이 필요해요." 이 문장은 그 어떤 위로의 방식보다 정확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죠. 우리는 때로 말이 과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부족해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말은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의 형태입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말이 가진 위로의 가능성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망설였던 말들을 조금은 더 용기 내어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한 문장이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천천히, 그리고 진심으로 말하려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는 언어의 기록입니다. 책 속 문장들은 말에 담긴 감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얼마나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내 말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평범해 보여도, 그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도 보통의 언어들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