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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위로받는 삶 (김이나 작가, 보통의 언어들, 위로의 말) - 독서기록

by 어쩌다가 정윤 2025. 5. 19.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죠. 김이나 작가의 산문집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책을 통해 느낀 위로와, 일상 속 말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
이번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저자
김이나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0.05.27

 

말이 다리가 되어줄 때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은 단순한 문장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말이란 얼마나 평범한가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사용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말을 전하기란 어렵습니다. 저자는 말이 누군가에게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지금은 당신에게 그런 말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이 짧은 한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지죠. 평범해 보이는 문장들 속엔 치유의 온도가 담겨 있습니다. 독자로서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친구의 무심한 말 한 줄이 내 하루를 바꾼 적이 있었고, 스스로에게 건넨 다짐이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평범한 말들이 주는 힘에 대해 진심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된 후, 침묵의 무게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침묵의 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 나는 더 자주 말없이 지내곤 합니다.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줄 누군가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고독으로 다가옵니다. 김이나 작가는 말이 때로는 애정의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걱정하기에 말을 건네고, 사랑하기에 조심스럽게 묻는다고 하죠. 그 문장을 읽고 나는 그동안 침묵을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를 안고 버스를 타던 날, 회사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돌아오는 밤길, 그 모든 순간은 말보다 깊은 마음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사실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 마음이 많습니다. 침묵은 때로 사랑의 표현이지만, 말보다 덜 전달되는 감정이기도 하죠. 『보통의 언어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위로의 말은 어떻게 전해지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 어떤 말이 필요한지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위로의 말은 정답이 없고, 잘못 건넸을 때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하죠. 김이나 작가는 말의 방향성과 온도에 대해 말합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말이 필요해요." 이 문장은 그 어떤 위로의 방식보다 정확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죠. 우리는 때로 말이 과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부족해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말은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의 형태입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말이 가진 위로의 가능성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망설였던 말들을 조금은 더 용기 내어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한 문장이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천천히, 그리고 진심으로 말하려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는 언어의 기록입니다. 책 속 문장들은 말에 담긴 감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얼마나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내 말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평범해 보여도, 그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도 보통의 언어들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