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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 감성 에세이 리뷰

by 어쩌다가 정윤 2025. 5. 11.

진연화 작가의 『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는 삶과 감정,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감성 에세이입니다. “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라는 문장이 상징하듯, 이 책은 완벽해 보이지만 정작 생명력을 잃은 상태의 삶보다는 불완전해도 살아 있는 감정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이 리뷰에서는 책을 통해 되새겨보는 ‘살아 있음’의 의미와 우리 내면의 감정들, 그리고 잊고 지냈던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
진연화 작가는 책의 시작을 알리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전한다. “언제부터 돈으로만 매겨지는 세상이 됐을까.” 감정보다는 생존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바쁘게 살아가는 일이 우선이 된 세상. 우리는 자신을 제대로 알 기회도 없이,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 현실에 대한 불안,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안으로 끊임없이 시달린다. 이 모든 불안의 근원은 자신에 대한 확신의 부재에서 비롯되며
저자
진연화
출판
온화출판사
출판일
2025.03.07

숨기고 감췄던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

이 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일상에 지치고 감정을 외면한 채 살아가던 우리는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뎌왔습니다. 작가는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감정보다 생존이, 나를 들여다보는 일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해졌을까”라는 문장은, 독자 스스로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이자 따스한 위로입니다. 책 속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진솔하게 녹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상처, 사회 속에서 겪은 좌절,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의지까지. 그런 진심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닿아 감정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줍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던 나날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 안에서 치유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이 책은 슬픔과 외로움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그 감정들마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책읽는 여자 사진

나라는 존재를 되찾는 4장의 마법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마지막 4장은 ‘자신’이라는 존재에 집중합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모습, 진짜 자아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차분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첫 장에서 시작된 감정의 파도는 점차 안정되며, 독자는 어느새 작가와 함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은, 시들 수 있다는 뜻이다”라는 구절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살려고 애쓰지만, 그 안에서 진짜 나를 잃곤 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시들어도 괜찮다고, 다시 피면 된다고.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4장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시들지만 살아 있는 꽃’으로서 존재함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거울처럼 비춰지는 나의 모습

『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는 단순한 감성 에세이가 아닙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이 책은 거울이 됩니다. 나를 비추는 거울, 그리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생겨납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 삶은 나의 것인가?”, “나는 왜 나를 숨기며 살아왔는가?”와 같은 물음은 우리를 진정한 자기 성찰의 길로 인도합니다. 사회적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만들어진 자아가 아닌, 내가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이 책을 통해 시작됩니다. 감정이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이자 방향성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겉으로 화려하지만 속이 비어버린 삶보다, 시들더라도 살아 있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함 속의 진짜 아름다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는 가장 큰 깨달음은, ‘불완전함’ 속에 진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꽃은 언젠가 시들지만, 시들었다는 건 그만큼 뜨겁게 피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완벽함이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건넵니다. 세상은 여전히 완벽함을 요구하지만, 진정한 삶은 그 요구를 거슬러 자신을 지켜내는 데서 시작됩니다.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진짜 나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말라고.

『시들지 않는 꽃은 박제된 시체다』는 단순히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 내면의 진짜 이야기를 끌어올려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줍니다. 지금 이 순간 흔들리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은 분명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